금요일 오후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게 되었다. 우리가 간 곳은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시너스G 였는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약간씩은 바뀐 듯 했다.
매표소 앞에서 007과 맥스페인 둘 중 어떤 것이 좋을 지 고민하고 있던 도중,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007 봤는데 정말 재미없었다면서 투덜거리는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그렇게 재미없다고 할 정도니 다른 거를 볼까 고민도 했지만 영화 상영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은 007로 결정 했다. 팝콘과 오징어를 사들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금요일 오후에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드디어 시작된 영화는 정말 흥미 진진했다. 영화는 전편인 `카지노 로얄'에서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씬을 비롯해서 다양한 액션과 함께 다듬어지지 않은 초기의 007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영화 개봉과 함께 방영된 공중파의 TV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007 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담은 케이블 TV를 보고나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었다.
같이 간 회사 동료 중 한 명은 영화를 보는 도중 졸기도 했지만 개인 사정이 있는 거니까 적어도 나에게는 꽤나 재밌는 영화였다. 특히 여주인공인 `올가 쿠릴렌코'가 맡은 `카밀'역은 마치 어렸을 적 봤던 만화 영화 `나디아'가 실사로 나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 만큼 이번 007은 내게 매력적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전편인 '카지노 로얄'을 봐야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카지노 로얄'에서 이어지면서 이번 편에서의 `제임스 본드'의 행동이 설명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전편을 안보면 임무를 수행과 복수에 집착하는 단지 잔혹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아쉬운건 전작인 `카지노 로얄'의 거칠지만 세련된 느낌의 영상이 좀 약해진 듯한 느낌이다. 시간이 흘러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 해도 역대 007에 대한 오마주를 비롯하여 중간 중간 숨어있는 것을 찾는 재미도 있으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007은 여자들이 그 다지 좋아하지 않을 영화일 지도 모른다. 더욱이 `카지노 로얄'을 안본 경우나 기존 007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면 꽤나 실망하고 재미도 없을 그런 영화는 맞는 것 같다. 그렇긴 해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영화고 나에게 물어본다면 재밌게 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