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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휴가 그리고 황태 요리
    일상 2008. 7. 28. 08:38
    지난 주 강원도 평창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매연과 스모그로 찌든 도심을 떠나 찾아온 강원도의 계곡은 너무나도 쾌적했기에 팬션을 잡아 놓고 더위를 식히고 물놀이도 하고 낮잠도 자고 책도 읽는등 여유를 부려보고 싶었지만 강원도 까지와서 뒹굴 거린다는게 좀 그래서 주변을 돌아 보기도 했다.

    - 강원도 평창을 향하여  -

    팬션은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었던 봉평의 흥정 계곡에 있었다. 휴가 전에 비가 와서 물이 많아진 상태라 맑고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지만 날이 선선해서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팬션을 떠나기 전까지 들어가 보지는 못했고, 대신 사진 몇 장을 담고 계곡 안쪽에 있는 허브나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원도 물맑은 평창의 계곡 깊숙히 자리 잡은 허브 나라는 그 입구에서 부터 유명세를 나타냈다. 처음엔 계곡을 따라 있는 진입로의 차량 행렬이 펜션으로 가는 차들인 줄 알았는데 그 목적지는 허브 나라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계곡의 산림욕장 처럼 푸르고 울창한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긋한 내음이 코 끝을 즐겁게 한다. 넓은 공간에 정원과 같이 꾸며진 허브 나라는 각각의 주제에 맞게 여러 구역을 나뉘어 있었다. 한눈에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는 담쟁이들이 둘러 있고 정원 밖 울타리인 줄 알았던 풀숲은 국내 자생 허브로 채워져 있었다. 주제별로 이야기와 함께 아기자기한 소품을 배치하여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게 꾸며져 있었다.

    정원을 지나면 온실과 함께 허브 차, 빵 그리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허브나라 안에서 숙박을 할 수 있는 펜션도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본관 건물은 허브의 역사와 함께 제조 과정 그리고 이용에 대한 많은 정보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못내 천천히 다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긴했지만 저녁 식사도 시간에 맞춰야 하기에 펜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평창 허브 나라 -

    펜션 이름이 로그 펜션이라길래 뭔가했더니 통나무로 만든 거라 로그란 말을 붙인다고 한다. 사실 펜션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실내는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통나무 분위기가 어찌보면 우중충할 것도 같았지만 이를 살려줄 화사한 인테리어가 잘 어울리게 되어 있었다.

    저녁 식사로 숯불 바베큐를 해 먹었는데 그 바베큐 그릴 사용법을 처음 배웠다. 바베큐 그릴은 둥글고 뚜껑이 무거운데 위에 구멍이 나 있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숯불 위에 바로 고기를 얹었는데 육즙이 숯에 떨어져 연기도 많이 나고 눈도 맵고 고기도 다 타버리는 것 같았다. 옆에서 주인 아저씨가 오시더니 그렇게 하는거 아니라면서 굽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그릴에 절반 정도만 담아져 있던 숯과 무거운 뚜껑이 포인트였다.

    고기는 숯이 없는 부분에 올려 놓고 뚜껑을 덮어 그 열기로 위아래에서 골고루 익히는 것이었다. 그러면 기름끼는 쏙 빠지고 고기는 숯 향이 베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마침 돼지 목살을 생고기로 두툼하게 썰어 온 터라 잘 익지 않으면 어쩌나 했지만 웬걸 마치 소고기 스테이크 처럼 잘 익어 나오는 걸 보고 여러명이 단체로 고기 구워 먹을 때는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옆동 펜션에 가족이 단체로 왔는데 우리랑 똑같은 실수를 하면서 엄청난 연기와 함께 연신 고기를 구워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소한 것이지만 아는 것이 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메밀꽃 로그펜션과 바베큐 -

    휴가기간엔 봉평 5일장도 볼 수 있었다. 그 옛날 교통도 불편하던 시절 보부상들은 짐보따리를 풀어 놓고 사람들에게 물건을 팔곤 했겠지?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봉평장으로 향했다.

    장터에는 역시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장입구부터 녹두전과 감자전과 함께 간단한 국수 그리고 올챙이 국수를 팔고 있었다. 시원한 국물과 함께 김치를 곁들어 한 그릇 먹고 싶었지만 펜션에서 아침 식사를 한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은터라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핫도그 하나 베어 물고 장터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봉평장에서 100% 메밀가루와 옥수수 한 부대자루를 샀는데, 펜션에 돌아와서 주인 내외분이 옥수수를 보시더니 장터에서 산거면 강원도 옥수수가 아닐꺼라고 아직 강원도 옥수수는 철이 아니라고 했다.

    아뿔싸.

    옥수수 파는 아저씨는 분명 어제 딴거라구랬고, 뒤에 옥수수 밭이 있어서 의심하지 않았는데 이는 눈 뜬 장님이요, `장사치'의 말을 믿은 내 잘못이로다. <이 옥수수는 나중에 집에 와서 삶아 먹어도 맛이 없었다.>

    - 봉평 장 그리고 맛없는 옥수수 -

    그리고 이동한 곳은 이효석 생가와 이효석 기념관이었다. 이효석 기념관은 깔끔하게 정리된 입구와 하얀 꽃으로 뒤덮인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었다.단정한 분위기의 아담한 단층 건물에 이효석 선생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 뒤편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것 같은 물레방아간이 나타난다. 그게 정말 배경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계곡에서 흘러 내리 것 같는 물줄기는 커다란 바퀴를 쉴 세 없이 돌리며 방아를 찧어대는 것 같았다.

    기념과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보았던 하얀 꽃 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 꽃들의 정체는 짐작대로 메밀 꽃이었다. 메밀꽃 축제는 가을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광을 위해서 미리 심어 놓은 것일까?

    이효석 기념관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이효석 생가 건물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 일가가 구매하여 살고 있었고 한 켠에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건물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아니고 개인 건물이라 내부는 개방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문화재로 지정하기도 애매한 것이긴 하지만 가이드에 떡하지 이효석 생가라고 해 놓고 관광에 이용하고 있는대도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 이효석 기념관엔 때 이른 메밀꽃 -

    이제 대관령에 있는 목장을 들러 보기로 했다, 대관령에는 여러 목장들이 있는데 그 중 큰 규모의 삼양 목장과 양때 목장 두 군데가 유명했다. 두 군데 다 가볼 수는 없고 하나를 골라 봉평에서 출발했다. 결국 삼양 목장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고속도로로 가면 덥기도 하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국도를 따라 가기로 하고 강원도의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섰다. 그러던 도중 오대산 국립공원에 근처에 월정사가 있는 걸 알게되었다. 마침 가는 길목인지라 잠시 들러가기로 했다. 문화 유산으로 생각하고 잠시 들렀는데 입장료가 있다는 말에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주차료 포함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좀 비싼것이 아닌지.. 숲길을 거닐다 우연히 만난 다람쥐가 그나마 기분을 풀어주었다.

    다시 목장을 향해 출발! 목적지에 거의 다와서 알게된 것인데 네비게이션의 최종 목적지가 삼양 목장이 아니라 양떼 목장이었다. 다시 되돌아 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그냥 온김에 양이나 소나 뭐 비슷하겠거니 하며 둘러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삼양 목장은 규모가 엄청나서 내부에 셔틀버스로 이동을 해야 했다. 양떼 목장은 작은 언덕위에 있었다. 작은 언덕 위에 올라 너른 풀밭에 양들이 있는 모습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양은 정말 순한 동물처럼 보였는데 저 녀석들도 화나면 무섭겠지? 양한테 풀도 주고 사진도 찍으면서 둘 째 날을 마무리 지었다.

    - 오대산 월정사, 대관령 양떼 목장 -

    휴가 마지막 날 강원 시내의 `율곡 이이 선생과 그의 어머니 사임당 신씨'의 생가 `오죽헌'을 들렸다. 단아한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오죽 헌 뒷 편에는 검은색 대나무로 둘러 있었는데 오죽(烏竹)이라 하더니 정말 검정빛을 띄는 대나무였다.

    오죽헌에서 눈에 띈게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제비였다. 오죽헌 안채에는 제비집이 있었다. 연신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제비와 자기에게 달라고 입을 벌리며 삐약대는 새끼 제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비도 오랜만이긴 했지만 둥지에 제비 가족이 모인 것을 본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도시가 발달하고 처마가 없는 아파트나 빌딩 건물에서 제비는 집을 지을 수 없기에 점점 이런 모습을 보기 더 힘들어졌다. 가끔 TV를 통해 도시 어딘가 둥지를 튼 새들도 있었지만 까치와 비둘기들이 점령한 도시에 제비가 살기에는 더 어려울 것 같다.

    오죽헌을 지나 경포대로 향했다. 평일이고 날이 뜨겁게 내리 쬐지는 않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것 같았지만 그래도 꽤 많은 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요즘 뉴스에 실외 수영장에서도 원피스 보다 비키니가 대세라는 걸 본적이 있는데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수영은 즐기지 못했지만 아직은 찬 동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분위기는 만끽했으니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 오죽헌, 경포대 -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어지간한 식당에는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되어 있는데 고속도로 휴게소 예외는 아니었다. 식사를 기다리며 원산지 표시에 대한 문구를 발견하고 잠깐 훑어 봤다.

    대부분 그렇다시피 고기요리는 거의 다 <수입산 고기: 호주, 기타>를 사용하고 있었고 다행이 미국산은 눈에 띄지는 않았다. 다만, 눈에 띄인 것이 하나 있었는데 황태 요리의 주 원료인 황태의 원산지였다.

    사람들이 강원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황태 요리라면, 그 황태의 원산지가 어디라고 생각할까? 적어도, 강원도 특산물이 황태라는 걸 알고 있다면 강원도산이 아닐까 라는 기대를 할 것 같다. 나 역시 가격이 어느정도 비싸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원산지 표기에는 <황태: 중국산, 러시아산> 이라고 적혀 있었다.

    강원도에 와서 강원도 특산 음식인 황태 요리를 먹어도 결국은 외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되는 현실이 서글펐다. 메뉴로 시킨건 묵밥이었는데 먹으면서도 참 그런게, 이것도 중국산 메밀로 만는 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 입맛이 씁슬해져 왔다. 국산을 쓰면 가격이 비싸지겠다라는 생각도 들긴했지만 그래도 특산품인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건 어쩔 수 없다.

    - 강원도 황태, Made in china? -

    이렇게 2박 3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 사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느라 힘도 들고 했지만 매연 자욱한 도시를 떠나 평창의 맑은 공기와 물과 함께 보낸 휴가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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